참살이의꿈

스마트폰 한 달

샌. 2014. 6. 29. 10:11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한 달이 되었다. 재미난 노리개가 새로 생겼다. 이놈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늦바람이 무섭다.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라는 걸 사용해 보니 알겠다. 이름은 폰이지만 전화보다는 다른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한다. 작지만 무서운 기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누워서 뉴스를 읽고, 요사이는 월드컵이 열리니 관심 있는 경기는 중계도 본다. 일어나 거실로 나가 TV나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신기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저장해 놓고 심심할 때면 볼륨을 높인다. 작은 스피커가 아쉽긴 하지만 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 폰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더욱 좋다. 팥알만 한 렌즈치고는 사진이 그런대로 잘 나온다. 외출할 때 이젠 디카를 들고 나갈까 말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인터넷에 자주 접속하는 편인데 집 노트북 앞에 앉아있을 때 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밖에 나가서도 아무 때나 인터넷과 연결이 된다. 손안에 컴퓨터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며칠 전에는 모르는 장소를 찾아가는데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았다. 이러다가는 기계에 종속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6년 전이었던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옆의 동료가 너무 재미있는 기계라며 가지라고 권했다. 여러 가지 앱을 소개해 주었는데 사실 무척 신기했다. 그러나 그때는 의도적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시류에 대한 거역이 바른 삶이라고 믿었다. 이젠 스마트폰도 대중화가 되었고, 개나 소나 다 갖고 다닌다. 굳이 스마트폰은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 달 전에 '갤럭시 그랜드2'가 내 손에 들어왔다. 기본 기능을 익히다 보니 별난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달간 사용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이 기종에는 펜으로 쓰는 메모 기능이 없다.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은 아직 서툴고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필기하듯 펜으로 기록하면서 한글 문서로 변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다. 또 하나 스마트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도 직접 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여행하면서도 간단한 글 정도는 블로그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카톡에 '카톡 스토리'라는 기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시험 삼아 사진과 글을 올려 보았다. 블로그와는 다른 성질의 매력이 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한 삶을 가져다줄까? 재미있게 배우고는 있지만 마음 한편은 찝찝하다. 장자가 경계한 기심(機心)이 떠오른다.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에 습관이 들어버린 것처럼 스마트폰에 길들어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모든 기계는 활용하기 나름이라지만 잘못하다가는 지하철의 꾸벅족이 안 된다는 자신이 없다. 언젠가는 지하철에 앉아 있다가 자동으로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는 것이었다. 특별한 것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눌러보고 쳐다보는 내 모습이 생소하게 보였다.

 

문명의 이기라고 부르는 것에는 반드시 역작용이 있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 인간의 두뇌도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단순하게 사고하도록 길들여질 것은 분명하다. 침묵과 사색은 배제되고 깊이가 없어진다. 많은 것을 알고 똑똑해지는 것 같지만 실은 바보가 되어 가는지 모른다. 우리가 알고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도 대두할 것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무척 어두운 미래다. 스마트폰을 만지면서도 이런 두려운 마음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이 나이에 빠져본댔자 얼마나 빠질까 싶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더 진화하면 기계와 인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세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 초라한 변명이다. 어찌 되었든 스마트폰이 요물이기는 요물이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스마트폰에 빠져드는지 이해가 된다. 심지어는 갓 돌이 지난 손주 녀석도 스마트폰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 손에 들어왔지만, 스마트폰을 내던져 버릴 그때는 아마 백퍼센트 나의 자의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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