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부모 된 죄

샌. 2014. 7. 7. 18:08

짐승과 달리 인간 부모는 평생을 자식 지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시키고 내보내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자식 나이 스물을 넘기면 어엿한 성인이 되었건만 부모 덕 보지 않고 독립하려는 젊은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뼈 빠지게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집 장만해 주고, 손주 봐주고, 허리가 꼬부랑이 되도록 뒷바라지하다가 재수 없으면 자식 사업 자금 대주느라 노후 자산까지 말아먹기도 한다. 드물지 않게 보는 경우다.

 

자식은 결혼시켰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도리어 시작이다. 이는 시대적 상황 외에 부모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자식을 그렇게 키워 왔으니 말이다. 손주 봐주고 자식 보살피는 일에서 노년의 즐거움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특별하게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경우는 대부분 마지못해 부담을 떠안고 있다. 그 어느 경우든 결혼시켜 분가해 내보내도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순도순 잘 살아만 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혼하네 마네 하고 난리 치면 그 이상의 골칫거리가 없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사례를 보면서 '부모 된 죄'가 크다는 걸 실감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가정사 얘기를 쉽게 남에게 할 수 없으니 모르는 사람은 내 팔자가 좋다고 한다. 행복하게 보이는 이면의 모습이 타인에게는 가려져 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복한 듯 보여도 그 실상은 당사자 외에는 모른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듯 자식이 많으면 근심도 많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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