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91]

샌. 2014. 7. 9. 08:06

번지가 지혜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백성들의 옳은 사람 노릇에 철저하며, 귀신은 공경할 뿐 이를 멀리하면 슬기롭다 하겠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 구실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리니, 그러면 사람답다고 할 수 있겠지."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 先難而後獲 可謂仁矣

 

- 雍也 17

 

 

지(知)와 인(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다. 물론 제자 번지에 해당하는 맞춤 대답일 것이다. 공자의 말을 분석해 보면 제자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귀신을 공경할 뿐 멀리하면 슬기롭다'는 말은 공자의 현실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되 허무맹랑한 미신은 배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 "종교나 믿음은 필요하다. 그러나 맹신은 지혜롭지 못하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의미이지 싶다.

 

공자는 도덕적 명제를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태도로 설명한다. 알아듣기가 무척 쉽다. 인에 대한 설명도 그렇다. "어려운 일은 도맡고, 이익은 남에게 돌린다[先難而後獲]." 인의 실천이 어떠해야 하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걸 내 삶에서 체화하기가 어렵다는 게 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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