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샌. 2014. 10. 3. 09:01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마음을 확 당기는 시가 있다. 시를 만나는 건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 마음을 끄는 사람이 있듯이 시도 그렇다. 이럴 때는 서로의 주파수가 맞았다고 말한다. 시와 내 정서의 파장이 공명을 일으키는 게 시가 주는 감동이 아닐까. 이상국 시인의 시집에서 본 이 시가 순간에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특히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 어느 곳에선가 /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에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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