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졸업

샌. 2014. 10. 18. 12:30

 

 

EBS 명화극장에서 방송된 영화 '졸업'을 다시 보았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1970년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을 때였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는 몇 개 장면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영화로 남아 있다. '졸업'으로 인해 더스틴 호프만을 좋아하게 되었고,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스카보로 페어'가 흐르는 가운데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밤늦게 시작된 영화지만 옛날 생각에 잠긴 채 재미있게 보았다.

 

젊었을 때는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지금 보니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측면이 부각되어 보인다. 물질적 풍요를 이룬 미국 중산층의 정신적 공허는 그대로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모 세대가 요구하는 현실과 삶의 의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탐욕스런 기성 세대와 순수한 젊은 세대가 잘 대비를 이룬다.

 

내가 그때 왜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대리만족이 있었던 것 같다.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납치해 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강렬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런 감정이입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어도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애만 태웠다. 그럴 때 주인공의 파격적인 행동은 깊은 인상을 줬을 것이다.

 

신부를 빼앗아서 같이 버스를 타고 가며 처음에는 환하게 웃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변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들이 헤쳐나가야 할 앞길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은유가 이 영화의 매력이다. 교회 현관문에 걸쳐놓은 십자가, 그 안에 어른들을 가둬놓고 뛰쳐나오는 두 젊은이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4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다시 봐도 새롭게 느껴진다. 청년 시절의 방황과 불안, 용기가 잘 그려져 있다. 더스틴 호프만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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