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인터스텔라

샌. 2014. 11. 12. 11:17

 

상영 시간 3시간의 대작 SF 영화다. 가슴 두근거리며 봤다. '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황당무계하고 폭력적인 SF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 이론에 기반을 두면서 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인류는 환경 파괴에 의한 재앙에 시달린다. 모래 폭풍이 지표면을 휩쓸고 옥수수 외에는 어떤 작물도 기를 수 없다. 당연히 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여느 영화의 스토리처럼 외계 행성 찾기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추진된다.

 

때마침 외계인이 토성 부근에 웜홀을 만들어주었다. 이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탐사대가 파견된다. 우주선이 웜홀로 진입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다. 웜홀을 통한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물리학에서 밝혀졌다. 최초로 웜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에 이 영화의 특징이 있다. 블랙홀도 마찬가지다.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한 가속을 얻는다거나, 시간 여행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 웜홀과 블랙홀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웜홀과 블랙홀 영상은 대단했다. 우주의 신비에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다.

 

외계인은 정체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종말에 처한 지구를 구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5차원적 존재기 때문에 우리와 직접 접촉은 불가능하다. 외계인을 우호적으로 그린 점이 좋다. 영화에서 주인공 쿠퍼가 블랙홀 체험을 하고 난 뒤,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걸 보면 외계인은 아예 없었는지도 모른다. 블랙홀 안에 있는 정보만 존재한다. 그래서 영화에는 악당 역할을 하는 외계인과의 전쟁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다. 인간 사이의 갈등이 조금 등장할 뿐이다. 역시 할리우드 가족주의가 기본으로 깔렸지만 튀지 않고 부드럽게 잘 처리되었다. 그러나 영화 구성이 미흡하고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인간을 이끌고 구원하는 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인류는 결국 토성 둘레에 콜로니를 건설하고 거주한다. 다른 행성으로 가는 임시 정거장 역할을 하는 기지다. 그 뒤에 어떻게 된다는 내용은 없지만 아마 인류는 웜홀을 통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황폐해진 지구를 버린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우주로만 진출하는 것에는 반대다. 영화에도 우주로 나가기보다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미래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지속 가능한 문명, 지구 환경과 공존하는 문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 우주로 진출하는 건 불가피하다. 지구 멸망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도전 욕구와 탐험심이 언젠가는 지구를 벗어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성간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체 한계의 극복이다. 그러자면 사이보그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사이보그는 미래 인류 삶의 기본이 될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스케일은 웅장하지만 작년에 본 '그래비티'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비티'의 사실성과 서정성을 당할 영화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나는 좌석수가 백 석도 안 되는 작은 영화관에서 봐서 감동이 반감되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아이맥스로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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