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13]

샌. 2014. 11. 15. 10:17

섭공이 자로더러 선생님의 일을 물은 즉, 자로는 대꾸하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너는 왜 '그 사람된 품이 한 번 열이 나면 끼니도 잊고, 즐거움에 취하여 걱정도 잊고, 늙는 줄도 모른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葉公問 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 述而 15

 

 

자로만큼 공자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섭공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자신 없어서 대답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려주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공자의 반응이 재미있다. 자신이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분명히 밝힌다. 공자의 자기평가인 셈이다.

 

이 말을 들으면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공자의 모습이 보인다. '발분(發憤)'이라는 표현이 특히 그렇다. 끼니를 잊을 정도로 집중해서 파고든다. 공자의 공부하는 자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단어는 '락(樂)'이다. 공부하는 것도 즐겁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다른 데서 공자는 말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는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樂以忘憂'라는 말 속에 공자의 인생관이 들어있다고 본다.

 

밥 먹는 걸 잊을 정도로 심취하고, 즐거움에 취하여 근심 걱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늙는다는 걸 의식할 틈이나 있겠는가. 자신의 갈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올바르게 가는 데에 진력을 다하며, 즐겁게 인생을 산 사람이 공자였다. 억지로나 마지못해서가 아니었다. 성공과 실패도 아무 관계 없었다. 실패할 줄을 알면서도 바른길이라면 앞으로 나아간 사람이 공자였다. 결과를 따지며 이리저리 잰 사람이 아니었다. 사표로서의 공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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