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11]

샌. 2014. 11. 5. 11:47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물죽을 먹고 찬물을 마시며 팔을 베고 누웠을망정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으니, 당찮은 재물이나 지위는 나 보기는 뜬구름 같애....."

 

子曰 飯蔬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 述而 13

 

 

공자가 위나라에 있을 때 제자들과 백이 숙제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다. 백이 숙제가 부귀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은 사람이 가야 할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가 결국은 굶어 죽었지만 마음은 떳떳하고 오히려 기쁨을 느꼈으리라고 공자는 생각했다. 불의로 부귀를 누리는 것보다는, 빈한해도 의(義)의 길을 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러나 장자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백이 숙제도 도척과 같은 도둑놈이다. 도척이 제 이욕을 위해 재물을 훔치고 사람을 죽였지만, 백이 숙제는 명성을 훔쳤다. 행위의 선악을 떠나 모두 도둑놈인 것은 마찬가지다. 인간을 옭아매는 모든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던 장자다운 평가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백이 숙제의 죽음을 기록하며 하늘의 도가 과연 무엇인가고 물었다. 백이과 숙제는 어질고 행실이 고결했음에도 굶어 죽었고, 안회 역시 가난 속에서 살다가 요절하였다. 천도(天道)가 공평무사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사마천의 질문도 당연하다.

 

무엇이든지 지고지선의 가치로 등장하면 그것이 인간을 속박하는 올가미가 된다. 유교의 인(仁)이나 의(義)도 마찬가지다. 고정된 틀 안에 인간의 사고가 제한될 때 그 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효(孝)라는 가치에 매몰된 조선 시대의 비인간적 실상을 보면 안다. 우리가 신봉하는 믿음이나 이념도 마찬가지다. <논어>를 읽고 있지만, 반추하는 거울은 노자와 장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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