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한국의 제비꽃

샌. 2015. 6. 5. 13:02

이태 전에 신문 보도로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갑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10여 년 전 야생화에 빠졌을 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제비꽃을 모두 찾아보는 게 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력이 된다면 우리나라 제비꽃을 찍은 화보집을 내고 싶었다. 단지 꿈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내가 상상한 책이 바로 이 <한국의 제비꽃>이다.

 

이 책을 낸 박승천 씨는 아마추어 야생화 애호가다. 전공이나 직장이 식물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오직 꽃이 좋아 10년 넘게 제비꽃을 찾아다녔다. 제비꽃이라는 단일종으로 이렇게 책이 나온 경우는 처음이다. 님의 열정과 노력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제비꽃이 피는 시기가 봄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집중적으로 전국을 찾아다니다 보면 발이 부르트고 체중도 5kg 넘게 빠진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3만여 장의 사진이 모였고, 그중 800장을 골라 이 책에 실었다. 우리나라에서 피는 모든 제비꽃이 들어 있다. 전문가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한 직장인이 해냈다.

 

제비꽃은 전 세계적으로는 850종이 온대와 열대 지역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제비꽃은 50여 종이다. 내가 이때까지 만난 제비꽃 종류는 고작 10종이 겨우 넘는다. 물론 몰라서 그냥 지나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상당한 공부가 되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워낙 변이가 많은 종이라 아직 논란이 있는 경우도 있다.

 

책에는 제비꽃 자생지가 몇 군데 소개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울 안산이다. 나도 여러 차례 갔던 곳인데 이곳에 제비꽃이 17종이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제비꽃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종을 볼 수 있는 장소가 가까이 있다는 게 놀랍다. 서울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미국제비꽃, 주근깨제비꽃, 흰제비꽃, 제비꽃, 남산제비꽃, 털제비꽃, 제비꽃과 흰제비꽃의 중간종, 콩제비꽃, 졸방제비꽃, 고깔제비꽃, 둥근털제비꽃, 흰털제비꽃, 태백제비꽃, 완산제비꽃, 이 모두가 산 중턱 둘레길을 따라서 핀다. 내년 봄에는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볼 때마다 내 게으름을 돌아본다. 남의 과실이 부럽게 보이는 건 아직 욕심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 작은 열정이나마 어디서 다시 반짝 하고 빛나게 될지 지금은 감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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