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의 몫

샌. 2015. 5. 11. 11:52

이란의 여성 작가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장편소설이다. 이슬람 문화권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 IS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만행을 통해 단편적인 소식만 접할 뿐이다. 편견과 사실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었고,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근본 질문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슬람이라고 특별한 종교가 아니다. 사람살이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혁명 시기가 이 소설의 주 무대다. 종교의 권위가 강한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란 마수메는 인간의 기본 감정마저 억압당한 채 강제 결혼을 당한다. 가정에 아무 관심도 없는 남편은 공산주의 혁명가다. 안으로는 자식을 챙기고, 밖으로는 자아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한 여인의 일생이 파란만장하게 그려진다. 이란 판 '여자의 일생'이다. 이슬람 여성이 겪는 특별한 고통일 수 있지만, 넓게 보면 책임과 희생 등 보편적인 인간 성장 이야기다.

 

마수메가 경험한 이란 혁명기의 소용돌이는 민주화 운동 때 우리가 겪은 경험이기도 하다.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이들의 꿈과 좌절이 가슴 아프게 그려져 있다. 이상을 향해 자신을 바친 사람은 오히려 행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고한 생명을 희생해도 좋을 만큼 위대한 이념이 존재하는 것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서 인류애를 실천할 수 있을까. 종교와 진리의 이름으로, 거대 담론이 가하는 폭력은 수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다.

 

같은 이란이지만 마수메와 친구 파르바네의 가정은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양태는 달라진다. 마수메가 위대한 건 종교적 성적 억압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며 극복해 나갔다는 데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외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의 의식이다.

 

<나의 몫>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슬람 국가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살이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체제에 영합하며 자기 이득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대의명분의 이데올로기에 목숨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다 제 몫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모두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지 내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폭압적인 체제나 사상에 순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주체적이 되는 데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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