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즉문즉설

샌. 2015. 6. 8. 10:43

한 달 가까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다. 그동안의 조건이 이런 내용과 가까이하는데 알맞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들으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에 같이 아파하기도 하고, 스님의 기상천외한 답변에 인식의 전환이 생기는 경험도 했다. 팟캐스트에 저장되어 있는 법문을 600회 정도 들었으니 바깥나들이를 할 수 없었던 기간이 준 고마운 선물이었다.

 

스님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행복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어떤 조건이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주어진 과보를 인정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남을 변화시키려 하는 데서 번민이 생긴다. 우선 내가 변해야 한다. 미워했던 상대에 대한 참회에서 치유가 시작된다.

 

둘째로,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마라. 자식조차도 스무 살이 넘으면 성인으로서 독립된 남이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서는 냉혹할 정도로 스님의 말씀은 단호하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다. 이런 관점에 서면 어떤 상황도 제삼자의 눈으로 볼 수 있다. 냉정할 수 있다는 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님 말씀을 들으며 사물을 보는 관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러나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행복을 너무 유심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오로지 개인 문제로 제한하게 된다. 개인의 행복은 분명히 타인이나 사회의 책임과 관련이 있다. 불행의 원인이 오직 '나'이고, 내 책임이기만 한 걸까? '나'에게서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당사자와의 관계를 통하지 않는 치유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부부 갈등 케이스가 많은데 이를 한쪽만 아니라 공동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

 

그리고 범부중생이 얼마나 마음을 다스려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두가 부처 될 소질이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부처가 나오는 건 아니다. 마음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는 이번에 작은 병을 앓으면서 절실히 느꼈다. 몸이 조금만 아파도 정상적인 사고가 끊어진다. 마음과 생각이란 그만큼 덧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단한 수행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른다. 그런 과정이 인생일 것이다.

 

인생 문제에 대해 핵심을 파악하는 스님의 능력에는 존경심이 일었다. 질문자의 관점을 한순간에 깨뜨리는 데서 불교의 돈오 같은 섬광을 본다. 우리는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괴로워하고, 문제 되지 않는 걸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데서 행복이 시작된다. 스님의 가르침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공허한 이론이나 관념이 아니라 실제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생의 현실 문제에 대처하는 데는 불교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는 마취약이 그나마 덜 들어 있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0) 2015.07.06
늙어가는 징조  (0) 2015.06.16
인생의 주기  (0) 2015.05.24
낯설다  (0) 2015.05.10
일은 언제까지 필요할까  (0) 201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