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마우스콘신

샌. 2015. 8. 25. 10:33

쥐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그들도 4년마다 투표를 하는데 묘하게도 늘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그러니 쥐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마우스콘신의 법률은 고양이를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쥐구멍 크기를 제한하거나 쥐의 속도를 규제하는 것 등이다. 쥐들은 다음 선거에서는 흰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를 선출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고양이 언론에서는 고양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게 당연하다고 선전한다. 마침내 한 쥐가 외쳤다. "이제 고양이를 뽑는 일은 그만두고, 우리의 대표로 쥐를 뽑자!" 쥐들을 박수를 치고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우스콘신'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우리 현실의 비유이기 때문에 무척 착잡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늘 이 모양 이 꼴인 게 쥐들의 나라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흰 고양이 대신 검은 고양이를 뽑은들 고양이인 건 마찬가지다. 어리석게도 민초들은 이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단순히 쥐를 대표로 뽑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래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쥐가 우두머리가 되면 고양이로 변신한다. 권력의 본성이 그런 것이다. 또한 주변의 고양이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많은 쥐들도 강력한 고양이 독재자를 원한다. 노예근성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의 대치 상태와 협상 결과를 보며 든 생각이다. 가슴 조인 건 쥐들뿐이다. 고양이는 막후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에게는 권력을 지키고 특권을 유지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쥐들은 공포와 당근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을 것이다. 저들의 장단에 놀아나는 쥐들만 불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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