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일본인의 친절

샌. 2015. 8. 13. 13:19

처음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인상에 남은 게 일본인의 친절이었다. 일본인의 질서 의식과 청결, 남에 대한 배려와 친절에 대해서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막상 직접 접해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연극을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고 친절했다. 당연히 우리와 비교되는 바였다.

 

어떤 때는 너무 하다 싶기도 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상황도 많았다.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울 것이지만 한국인인 나한테는 거북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문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내리면 될 텐데 굳이 양보한다. 어찌 됐든 일본 민족은 경탄스럽다. 그런 습성이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일본에서 배운 대로 며칠 전에 산에 갔을 때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기다리며 길을 양보해 주었다.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아예 상대를 의식하지도 않았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우리는 너무 거칠다.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인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한중일은 서로 이웃하고 살지만 국민성은 매우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 만나는 중국 관광객들은 역시 금방 표시가 났다. 옆에 있으면 너무 시끄러웠다.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없어서 화가 났다.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의 중간쯤 되는지 모른다. 친절과 배려는 문화 수준의 척도가 된다. 의식이 바탕 되지 않는 부는 꼴불견이다. 문제는 국민 의식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일본인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도 한다. 그들의 '혼내'(本音)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식적인 것은 금방 드러난다. 진심은 마음으로 통한다. 일본인의 태도에서 이중성을 읽지는 못했다. 그들을 물끄러미 보면서 어쩜 저렇게 잘 길들여졌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일본인을 만들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본 문화의 틀이 무섭기도 했다.

 

경제나 청결, 질서는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일본을 따라잡았다. 그런데 친절과 배려의 마음은 그들의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부터 철저한 가정교육이 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거리나 식당에서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봤는데 가정교육이 몸에 배어있음을 느꼈다. 공공장소에서 절대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천방지축으로 큰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일본어에는 욕이 별로 없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 청소년들은 늘 욕설을 달고 산다. 우리말만큼 욕이 발달한 언어도 없을 것이다. 표현이 다양하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대신에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라는 좋은 말은 듣기 어렵다. 일본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 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게 사람살이의 기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인간에 대한 친절과 예의가 부족하다. 일본과 비교하니 더욱 우리의 실상이 드러나 보인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명칭이 부끄럽다. 다른 무엇보다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너무 이기적이다.

 

나부터 어떤 변화를 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주변을 보면 화가 나고 평상심을 지키기가 힘들다.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일본에 살면 누구나 그렇게 될 것이다. 혼자서 막무가내로 행동할 수 없다. 친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풍토와 문화가 사람을 만든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사람이다. 비판할 점도 많은 일본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내 눈에 띈 건 그런 일본 문화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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