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관절은 누구 편일까

샌. 2015. 7. 12. 17:08

관절을 무척 조심하는 친구가 있다. 무릎 연골이 닳는다고 산에도 잘 가려 하지 않는다. 건강은 미리 대비해 두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등산을 즐기는 친구는 많이 사용해야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열심히 걷는다. 하루 예닐곱 시간의 산행은 보통이다. 누구 말이 맞을까?

 

무릎을 조심하는 친구는 사용하면 닳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아껴서 오래 쓰자는 주의다.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평생을 농사일로 무릎을 혹사한 어머니는 여든 중반이 되어도 넉넉히 밭일을 할 정도로 성성하다. 반면에 도시 생활을 한 장모는 무릎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지팡이가 아니면 걷지를 못한다. 무릎을 사용한 밀도로 치면 어머니가 장모보다 수십 배는 될 것이다.

 

오히려 장모는 운동 부족에 가깝다. 건강에는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금기다. 그리고 무릎 건강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타고나는 영향이 크다. 사람마다 연골의 내성은 다르다. 일률적으로 이러저러한 처방만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약한 사람은 조심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약한 줄 모르고 천방지축 까불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연골 손상 때문에 산행을 두려워하는 태도도 어리석다.

 

등산회 멤버 중에서 무릎 때문에 산행에 지장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십 년간 산을 다녔는데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연골은 사용하는 양과는 무관한 것 같다. 나한테는 분명 무리하게 보이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끄떡도 없다. 탄탄한 다리 근육이 연골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는가 보다. 하산할 때만 유의한다면 많이 걷는 것이 연골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노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무릎 관절의 건강함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어디 가자고 하면 무릎이 아파서 거기는 무리라고 사양하는 친구가 벌써 있다. 70대가 되면 더 많아질 것이다. 80대가 넘어도 산길을 걸을 수 있다면 대단한 축복이다. 옛날에는 오복 중의 하나로 치아를 들었지만 지금은 무릎 건강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유목민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관절이 소중하지만 관절은 누구 편도 아니다. 관절은 그저 관절일 뿐이다. 험한 산행에도 견디라고 관절은 있는 것이다. 미래를 볼모로 현재의 즐거움을 희생할 수는 없다. 관절만 아니라 모든 건강 문제가 그렇다. 곱게 다듬는다고 고분고분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를 즐겨라. 그것이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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