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샌. 2015. 8. 29. 14:11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 소를 웃긴 꽃 / 윤희상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뭔가 번쩍 하고 뇌리를 친다. 그러면서 느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저 얼떨떨하다. 좋은 시는 대부분 그렇다. 이 시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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