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란시스 잠

샌. 2015. 9. 18. 10:31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를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란시스 잠

 

 

우리는 너무 거창한 걸 좇는 건 아닐까. 그래서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행복을 찾아 멀리 나가보지만 확인하는 건 빈손뿐이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결핍과 공허가 채워지지 않는다. 애쓸수록 허무의 심연은 깊어진다.

 

이 시대에 프란시스 잠이 말하는 '인간의 일'이란 무엇일까. 그에 대립되는 '노예의 일'이란 또 무엇일까. 인간의 행복과 노예의 행복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잠이 노래하는 낭만주의의 꿈은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어둠이 깊어지면 별이 더욱 빛나듯, 그럴수록 '인간의 일'이란 더욱 중요해지는 법이니,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길'은 무엇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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