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중국, 당시의 나라

샌. 2015. 8. 30. 11:46

이 책은 고대 중문과 교수인 김준연 선생이 당시(唐詩)의 흔적을 답사한 중국 기행기다. 선생은 옛날 당나라 지도를 들고 13개 성에 산재한 유적을 찾아다니며 당시 200여 수의 내력을 훑었다.

 

책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서쪽 돈황에서 동쪽 태산, 남쪽 계림에서 북쪽 승덕까지 발로 누빈 기록이 마치 내가 현지에 있는 듯 생생하다. 중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는 당시를 만나면 더욱 반갑다. 그중의 하나가 장계(張繼)가 지은 '풍교에서 밤에 정박하다(楓橋夜泊)'이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달 지고 까마귀 울고 서리가 하늘에 가득

강가 단풍 고깃배 등불과 마주하여 근심 속에 잠들 때

고소성 밖 한산사

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배에 들려온다

 

이 시가 유명해진 데는'풍교(楓橋)' '고소성(姑蘇城)' '한산사(寒山寺)' 같은 예쁜 지명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시의 무대는 소주(蘇州)다. 풍교는 당시에 소주성으로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한 까닭에 야간에는 봉쇄했다. 관문이 닫히면 풍교 인근에 배를 대고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배에서 잠을 청하던 시인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주성 밖 한산사에서 들려오는 밤 종소리에 왈칵 눈물이라도 쏟았을 것 같다. 소주에 가게 된다면 꼭 들르고 싶은 곳이 풍교와 한산사다.

 

책을 읽으며 필자의 발걸음을 참고해 중국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내내 들었다. 특히 중국 서부가 마음을 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답사 여정을 꾸며 보았다. 그 중심지는 서안이다.

 

1) 서안(西安)

 - 장락문, 대안탑, 곡강지, 화청지, 진시황릉, 무릉박물관, 양귀비묘

 

2) 돈황(敦煌)

 - 난주, 하서회랑, 돈황(막고굴, 명사산, 월아천), 양관

 

3) 성도(成都)

 - 성도십경의 두보초당, 망강루공원, 무후사, 낙산대불, 아미산

 

4) 장강(長江) 주변

 - 유람선으로 장강삼협 통과(만주항에서 의창까지 2박3일)

 - 강남 3대 누각(악양루, 황학루, 등왕각), 여산, 채석기, 탁월대, 이백묘원

 

전체 일정은 20일 가량 소요될 것 같다. 이것은 당시와 관련된 유적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아직은 모르는 다른 명소가 포함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의 배경이 된 지역을 직접 찾아 시를 낭송한다면 그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 같다. 언젠가는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중국 서부 지역이다.

 

<중국, 당시의 나라>는 직접 발로 쓴 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정보가 많이 들어 있다. 특히 현장의 소리를 전해주기 때문에 당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중국 여행에 대한 꿈을 꾸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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