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

샌. 2015. 9. 29. 10:46

여주행을 결단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사람의 말은 무시했지만 책은 달랐을까? 그래도 번복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때는 이미 콩깍지가 끼어서 무엇으로도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남자들은 퇴직 즈음이 되면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살아보기를 꿈꾼다. '인생 2막'이니 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도록 부추김도 받는다. 대중매체에는 전원에서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넘쳐난다. 그런 전원생활 예찬론 속에서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찬물을 끼얹는다. 시골의 겉과 속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사람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다. 본인도 시골로 이주하여 살고 있으니 체험적 충고인 셈이다. 너무 한쪽 면으로만 쏠리는 데 대한 경고 메시지다. 균형적 시각을 가지는 데 분명 도움이 되는 말이다. 내 경우도 당시에 너무 시각이 좁았다. 다른 사람의 우려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 책을 읽었다. 시골 생활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해 볼 만하다.

 

책에는 과격한 내용도 나온다. 시골은 방범에 취약하니 스스로 알아서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 창도 준비하라는 것이다. 시골에 내려갈 마음이 여기서 싹 사라질지 모른다.

 

차례를 보면 지은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다. 어디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인답지 않게 화끈한 내용이 흥미롭다. 재미있는 책이다.

 

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 스스로를 속이기 마라

 

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 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

 -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

 - 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 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6장, 고독은 시골도 따라온다

 - 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 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 다른 목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 공기보다 중요한 건 지역 사람들의 기질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8장, 깡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 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 침실을 요새화해라

 - 수제 창을 준비해라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 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 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 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옥먹어라

 -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일이 있어야 한다

 - 이주자들과면 어울리면 사달 난다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 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 젊음을 흉내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 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 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 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3장, 불편함이 제 정신 들게 한다

 - 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 불편함이 치유다

 - 천국이나 극락으로 이주할 수 없다

 - 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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