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배움을 찬양함 / 브레히트

샌. 2015. 10. 19. 10:48

배워라 단순한 것을 여러분들에게

여러분의 시대가 왔다

너무 늦는 법은 없는 것이다!

배워라 가나다라를 그것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겠지만

우선 배워라!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말일랑 하지 말고

시작해라! 여러분은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배워라 여인숙에 사는 사람들이여

배워라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여

배워라 부엌의 여자들이여

배워라 60세의 여인이여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학교를 찾아라 집 없는 사람들이여

지식을 손에 넣어라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여

굶주린 사람들이여 책을 잡아라 손에 그것은 무기의 하나다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동지여 질문하라 망설이지 말고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 음미해 보라!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앎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감정서를 검산하라

지불을 독촉 받는 것은 여러분인 것이다

하나하나의 항목에 손가락을 짚어가며

질문하라 이게 어째서 이러냐고

여러분은 선두에 서야 한다

 

- 배움을 찬양함 / 브레히트

 

 

브레히트 시대의 배움이란 민중이 문맹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을 것이다. 문자를 해독하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무지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어떨까?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워져도 무지의 구름은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 아는 게 많고 정보가 넘친다고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지식의 독 안에 갇혀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 중요한 건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이다. 현대의 배움이란 현상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 편협한 사고의 틀을 깨는 데 있다. 성찰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배움을 찬양하는 브레히트의 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 날 있다 / 백무산  (0) 2015.11.03
소 / 김기택  (0) 2015.10.26
왕대폿집 / 구중서  (0) 2015.10.12
솔깃 / 최재경  (0) 2015.10.05
쫄딱 / 이상국  (0) 201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