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왕대폿집 / 구중서

샌. 2015. 10. 12. 09:35

수원화성 화홍문 연못가 왕대폿집

벽에 걸린 주전자가 모과처럼 우그러져

막걸리 젖통을 만진 손들을 알만하다

 

안주도 안 시키고 막걸리만 들이켜는

넝마주의 단골손님 오늘은 안 보이네

그나마 막걸리 값도 마련이 못 되었나

 

대폿집 주인장이 문밖을 내다본다

리어카 세워놓고 딴 데 보는 단골손님

주인이 불러들이네 공으로 마시라고

 

- 왕대폿집 / 구중서

 

 

10여 년 전 화성에 갔을 때 찍어둔 왕대폿집 사진이 있다. 거꾸로 달린 간판이 특이해서 한참 들여다봤는데 바로 이 시조에 등장하는 왕대폿집이다. 여기 들리는 사람들은 거꾸로 된 간판이 바로 보일 때까지 마셨다나 어쨌다나, 유명한 집인 줄 그때 알았더라면 나도 한 번 들어가 봤을 텐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지, 주인장 인심도 그대론지, 언제 화성에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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