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마션

샌. 2015. 10. 25. 21:04

 

큰 기대를 하고 봤는데 조금은 아쉬웠던 영화다. '그래비티'의 여운이 너무 강한 탓인지 모른다. 화성이라는 무대는 지구 궤도 이상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 텐데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 CG를 화려하게 써서라도 화성의 다이나믹한 풍경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미련이 남는다. 과장되어 보이는 모래 폭풍도 그다지 잘 그려낸 건 아니다.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는 자신이 가진 과학 지식을 활용해 생존의 방법을 찾아낸다. 거주 모듈 안에 밭을 만들고 감자도 키운다. 흙에 파묻힌 옛 탐사 차량을 꺼내 지구와의 통신에도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1년 이상 홀로 화성에서 버틴 이야기 때문에 내용 전개의 긴장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다.

 

요사이 나오는 우주 영화는 허황된 내용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거주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에너지, 공기, 물, 식량이다. 자체 조달이 가능해져야 인간이 거주하는 조건이 갖추어질 것이다. 영화에서 마크는 혼자서 해결하고 있다. 대규모 거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칼 세이건이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개조하는 방안을 발표한 적 있다.

 

앞으로 100년 정도 뒤면 지금의 남극처럼 각국 기지가 화성에 건설될 것이다. 만약 화성 지하에서 물만 찾을 수 있다면 대량 이주도 가능해질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사막 같은 화성 표면에 인간의 도시가 만들어진 모습을 상상했다. 아마 지하로는 더 넓은 거주 공간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니다.

 

수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를 정복했고, 이제는 다른 행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구의 긴 역사에 비교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능이 가져온 기적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진화하며 번성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지금의 우리는 이제 발걸음을 떼는 어린아이에 불과할 것이다. 영화 '마션'을 통해 그런 인간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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