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사람도 다 썩었다

샌. 2015. 12. 26. 10:22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어느 사진작가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이 분은 서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국화빵 장사를 하며 지내고 있다. 기자에게 한 말 중 뼈 아팠던 게, "한국은 나라만 썩은 게 아니라 사람도 다 썩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었다.

 

이 분은 일본에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받은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고 한다. 주변에서 한국으로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20년 만에 귀국했다. 그러나 실제 마주친 한국은 사람이 사는 땅이 아니었다. 일본은 가지지 못한 자의 설움이 한국보다 훨씬 덜하다고 한다. 월세 산다고 서럽지 않다. 주인에게 비굴할 일도 없다. "모두가 썩었다"는 표현이 충격적으로 들렸다.

 

썩은 물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썩은 줄을 모르는 법이다. 둔감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위치가 그런지 모른다. 비정상도 오래 접하다 보면 정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깨끗한 물에서 놀던 물고기는 금방 악취를 맡는다. 숨쉬기가 힘든 것이다. 그들의 비명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사람이나 세상이 틀려먹었다고 주장하는 게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본인의 삶이 이 시대와 달라야 한다. 자본에 저항하는 자세를 가질 때 설득력이 있다. 이 분은 제주도에서 국화빵 장사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돈이 되는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거부한다. 돈이 안 돼서 남이 안 하는 힘든 일, 그 일을 찾으려 한다. 국화빵 장사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진계를 향한 작은 '데모'라고 한다.

 

너도나도 돈에 미쳐 있다. 그러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더러운 냄새를 풍기면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큰소리 친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사진작가의 삶을 보며 정당하고 떳떳하게 사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 보게 된다. 기본이 무너지면 나라가 붕괴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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