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퇴직하는 후배에게 주는 충고

샌. 2016. 1. 19. 11:15

퇴직 시즌이 다가왔다. 교육계는 학기제로 움직이므로 교사는 2월과 8월에 전근과 퇴직이 이루어진다. 내 주변에도 명퇴 신청을 한 사람이 몇 있다. 재수, 삼수까지 한 사람들인데 이번에는 무난히 커트라인 안에 들 것 같다. 정년 전에 그만두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

 

자의로 나오지만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가 보다. 얼마 전에 만난 후배도 일 없이 어떻게 인생을 재미있게 보낼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동호회에도 가입해 바쁘게 보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말한다. 지금껏 일에 매여 살았으니 이제는 나를 얽어매는 일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바쁘게 살았으니 게을러질 필요가 있다. 지금껏 재미있는 것만 찾았다면 이제는 재미없는 데도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 그게 자신과 대면하는 길이다. 퇴직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무리 좋은 취미 생활이나 봉사 활동도 자신을 잊은 상태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갈증이 나는데 소금물만 들이키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대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서로 어울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는 재미를 꼭 관계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실상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 노년의 행복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결국 혼자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간다. 관계의 폭은 좁아지고 자신의 바깥에 삶의 중심을 둔 사람은 외롭고 무료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퇴직하는 사람에게 주는 내 충고는 혼자서 잘 노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시간을 꽉 채우려고 하지 마라. 무엇을 배우려거나 모임을 만들지도 마라. 친구와 어울려 희희낙락하는 걸 피하라. 최소한 3년간은 고독의 몸집을 길러라. 은둔에 들어간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더 좋다. 그런 기간이 지난 뒤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라. 같은 취미를 즐기더라도 분명히 달라진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내적 자아를 성장시키는 데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제일 낫다. 퇴직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보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너무 안타깝다. 전에 안 하던 짓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방향성에서 사람들은 현대인의 관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혼자 노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건 그때가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퇴직해서도 동류와 어울려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간다는 건 한심하지 않은가. 나는 후배에게 권하고 싶다. 이젠 너를 구속하던 바깥 굴레는 벗겨졌다. 스스로 새로운 굴레를 만들어 제 목에 걸지 마라. 소설 제목을 빌려서 말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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