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176]

샌. 2016. 1. 2. 11:30

계강자가 "어느 제자가 학문을 좋아합니까?" 물으니, 선생님이 대답하시다. "안회란 애가 있어 학문을 좋아하더니 불행히도 일찍 죽고 지금은 없습니다."

 

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 先進 5

 

 

비슷한 내용이 옹야(雍也) 편에도 나온다. 그때는 애공이 물었는데 대답이 더 자세하다. "안회란 애가 있어 학문을 좋아했지요. 가난 속에서도 투덜대는 일이 없었고, 허물도 두 번 다시 짓는 일이 없더니, 불행히도 일찍 죽고 시방은 없습니다. 아직은 학문 좋아한다는 애의 이야기를 못 듣고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호학(好學)'은 단순히 '학문을 좋아한다'거나 '배우기를 좋아한다'로 번역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깨달음에 이르는 구도의 치열한 정신이 들어 있는 말이다. 공자는 '호학'을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 학이(學而) 편에서는 호학하는 자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지 말고, 맡은 일은 날래 처리하면서, 사리에 밝은 이를 찾아가서 잘못을 고쳐야 한다. 그러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밖에."

 

<논어>를 읽으면서 공자가 강조한 게 인(仁)보다 오히려 호학(好學)이라는 걸 알아간다. 공자 자신도 본인을 호학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호학은 극기를 통한 자기 완성의 길이다.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배우기를 즐기는 건 호학이 아니다. 공자의 호학에서는 차가운 서릿발 같은 기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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