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샌. 2016. 1. 27. 09:11

돈과 경제에 관한 기존 관념을 바꿔주는 책이다. 증식하는 돈이 아니라 썩는 돈, 썩는 경제에 대해 말한다. 일본 가쓰야마에서 '다루마리'라는 작은 빵집을 하는 와타나베 이타루 씨가 실천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이야기다.

 

지은이는 회사에 다니면서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회의를 갖게 된다. 기쁘게 노동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직장은 없었다.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찾던 중 빵집을 열어 자립할 결심을 한다. 천연균을 사용해 발효시키는 전통 방식으로 빵을 만드는 방법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 끝에 지은이는 자신이 원하던 삶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읽다>를 보며 인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지은이의 열정과 용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가 지향하는 목표는 보통 가게의 경영 원리와는 딴판이다. 비효율적일지언정 더 많은 정성으로 한 번이라도 더 많은 손길을 거쳐서 공 들인 빵을 만들고, 이윤을 남기지 않기, 만드는 자나 소비하는 자나 먹거리로서의 풍성한 즐거움을 지키고 키워가기 등이다.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는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탐욕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윤을 남기지 않는 장사는 가능할까? 이윤은 노동자가 월급보다 많이 생산하고 그만큼을 자본가가 가로챌 때 발생한다. 그 말은 노동자가 생산한 만큼 노동자에게 정확하게 돌려주면 이윤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와타나베의 시골빵집은 인건비와 재료비가 각각 매출의 40% 정도로 이윤을 낼 재간도, 착취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종업원에게 이해시킨다. 이런 구조에서도 가게가 굴러가는 것은 임대료가 싼 시골이기 때문인 점도 있다. 이렇듯 손익분기점의 균형을 맞추며 영업을 계속하는데,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다루마리에는 휴일이 많다. 주 4일 영업하고, 연중 한 달은 쉰다. 자본주의의 폐해 중 하나가 너무 많은 노동시간이다. 이윤을 포기하면 가능한 일이다. 좋은 재료를 써서 정성 들여 빵을 만들고, 대신 정당한 값을 받는다. 주인이나 종업원이나 기쁜 마음으로 일한다.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의미 있는 노동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 그리고 빵을 더 잘 만들기 위해 빵을 안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먹을거리에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려는 소비자의 의식도 중요하다. 그리고 전통의 가치를 지키려는 장인정신이 일본에는 살아있는 것 같아 부럽다. 수백 년 내려오는 작은 가게가 일본에는 많다고 들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독서하는 습관과 함께 우리도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정신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느냐에 고민을 하며 살아야겠다. 돈을 쓰는 방식이 사회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와타나베 씨 같은 젊은이를 만난다면 좋겠다. 이런 것이 진정한 도전 정신이 아닐까. 분야는 달라도 자기 안에 있는 힘을 키우고, 땅과 생명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작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가 시골빵집이 구워내는 자본론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일본의 시골 마을에서 작은 빵집을 경영하며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경제 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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