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의 한국현대사

샌. 2016. 1. 17. 09:10

제주도에서 저녁 시간에 틈틈이 읽은 책이다. 유시민 작가가 자신이 태어난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의 한국 현대사를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를 접할 수 있다. 같은 1950년대에 태어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유 작가의 유려한 문장 덕분인 건 물론이다.

 

책은 다음과 같은 여섯 장으로 되어 있다.

 

제1장   역사의 지층을 가로지르다: 1959년과 2014년의 대한민국

제2장   4.19와 5.16: 난민촌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제3장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

제4장   한국형 민주화: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혁명

제5장   사회문화의 급진적 변화: 단색의 병영에서 다양성의 광장으로

제6장   남북관계 70년: 거짓 혁명과 거짓 공포의 적대적 공존

 

20세기 중후반부는 격변의 시대였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났다. "나는 난민촌에서 태어나 병영에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으며 지금 광장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시대를 산 사람들의 체험은 특별하다. 책을 읽으며 각자가 쓰는 '나의 한국현대사'가 사람 수만큼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완결된 민주화운동은 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한 피와 땀의 대가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연약하다. 권력자는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제 입맛대로 통제하려 한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정책과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1987년의 민주화 체제에서 아직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후퇴하는 느낌마저 든다.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제도와 행태, 의식의 복합물이다. 물론 제도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권에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수준 높은 의식에서 나온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거대 보수언론과 재벌, 공안세력이 반복 주입하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유 작가는 진보 진영을 대표하지만 책 내용은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읽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온건하다. 작년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정권이 원하는 국정 교과서는 이 책의 역사 해석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획일화된 교과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있었던 사실을 고의로 누락시키면 사실 왜곡이 된다.

 

지은이는 과거를 회고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한국현대사 55년이 자부심을 가질 부분도 있지만 어둡고 수치스러운 면도 있다. 부끄러운 부분도 우리 역사의 일부다. 역사 앞에서는 정직하고 겸허해야 한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한 개인이 본 우리 현대사다.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 있다. 글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건 유 작가의 특징이다. 조리 있고 정곡을 찌르는 말솜씨가 글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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