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비스듬히 / 정현종

샌. 2016. 2. 18. 10:42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비스듬히 / 정현종

 

 

한자의 '사람 인[人]'은 둘이서 기대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인간은 단독자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기대어 있는 존재다.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필기체로 쓸 때는 한 획이 다른 획보다 짧다. 긴 쪽을 지탱해 주느라 허덕이는 모양새다. 세상 현실의 한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기울어짐 없이 적당한 균형을 잡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쪽이 다른 쪽을 날카로운 창이 되어 찌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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