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샌. 2016. 12. 30. 10:50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 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게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 왜 그럴까, 우리는 / 이해인

 

 

세밑에 이르렀다. 아쉬움과 회한이 많이 남는 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렇게 부끄러울 수 없다. 조급하고 화 잘 내는 성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래서 타인의 속 후벼판 적 많았다. 감정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댔다. 생각은 경박하고 속물적이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더 막막해진다.

 

연말의 우울은 작금의 한국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고 핑계를 대본다. 이기적이고 철면피한 인간의 모습에 울화가 치민다. 그 안에도 내가 들어 있다. 인간 본성에 내재된 어두운 바다를 생각한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정말 왜 그럴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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