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봄의 서곡 / 노천명

샌. 2017. 4. 1. 10:04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포도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 봄의 서곡 / 노천명

 

 

시절이 하 수상하니 봄이 와도 봄을 실감하지 못한다. 세월호는 3년만에 뭍으로 돌아왔고,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은 감방에 들어갔다. 묵직한 돌덩이가 짓누르는 것 같다. 곧 대통령 선거가 있지만 누가 되든 선거 후가 다시 걱정이다. 봄의 감성을 일깨우려 시를 하나 골라보지만 가슴까지 젖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