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위층 아이들 / 이중현

샌. 2017. 4. 9. 10:17

쿵쿵쿵

저건 형 뛰는 소리

콩콩콩

이건 동생 뛰는 소리

 

아빠,

위층에 전화해요

천장 무너지겠어요

 

그냥 둬라

너도 어릴 때 저랬거든

이제 그 빚 갚는 거다

 

- 위층 아이들 / 이중현

 

 

손주 둘이 모이면 통제 불능이 된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날이면 이 방 저 방으로 쿵쿵 콩콩이다. 며칠 전에는 아래층에서 조용히 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하나는 제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까지도 위층 아이들 때문에 여러 차례 인터폰을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훨씬 덜해졌다. 이젠 반대로 내가 받을 차례가 되었다.

 

사는 게 빚을 갚는 일이다. 부모한테 잘못한 건 자식을 통해 갚는다. 사는 건 빚을 지는 일이다. 지금도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는 빚을 지고 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는 게 조금은 조심스러워진다. 전후좌우를 살피며 조신하게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