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애착 줄이기

샌. 2017. 5. 14. 10:57

심란한 날이 있다. 그런 날 마음을 관찰해 보면 무언가에 애착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애착에서 괴로움이 생긴다. 집착을 없애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이다. 노년에는 더 그렇다.

 

구분하자면 집착은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밖에 있는 대상을 향한 집착이다. 돈, 명예, 자식 등이다. 늙으면 대체로 돈과 명예에는 초연해지지만 자식에 대한 애착은 더해진다. 자식에는 손주도 포함된다. 그러나 돈 욕심이 줄어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물욕에 찌든 노년만큼 추한 것도 없다.

 

다른 하나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다. 건강이나 오래 살고 싶은 욕심 등이다. 노쇠해지면 건강에 관심이 가는 건 어찌할 수 없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생명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인위적으로 바꾸어보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아름다운 노년은 이런 여러 가지 애착에서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관망(觀望), 순응(順應), 체념(諦念)은 노년의 덕목이다. 집착과는 관계가 없는 단어들이다. 그래야 삶에 여유가 생긴다.

 

이것은 생에 대한 무기력이나 무관심과는 다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나 자신에 대한 수련에서 결코 나태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는다.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겨야 주변 경치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란 집착이 없는 행위다. 소아(小我)를 지워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미워한다. 그런데 애증에 집착할수록 괴로움이 일어난다. 이 인과관계는 피할 수 없다. 다행히 노년에는 애증의 강도가 약해진다.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일정 부분 줄어든다. 이것이 세월이 주는 축복인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밭은 정성 들여 가꾸어야 한다. 그냥 두면 잡초가 무성해진다. 온화하고 넉넉한 노년은 세월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정진이 따라야 한다. 그 중심에 애착이 있다. 애착을 줄인다는 것은 세상의 무대에서 한발 물러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도 애착도 이젠 버리고 싶다. 그래서 원망과 불평을 좀 덜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의 괴로움은 저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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