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한산성에서 이성산성으로

샌. 2017. 6. 30. 20:39

 

하필 이 계절에 걷는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꾸역꾸역 긴 산길을 걷고 싶다. 오늘은 남한산성에서 북동 줄기를 타고 이성산성을 지나 하남까지 이르는 길을 택했다.

 

남한산성 부근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그래서 가장 많이 찾은 산이 남한산성이었다. 그때는 5호선 전철이 생기기 전이었다. 버스를 타고 거여동 종점에서 내려 남한산성을 오르내렸다.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데리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그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산을 싫어한다.

 

 

마천역에서 내려 옛날 길을 찾아 오른다. 길 모양은 그 시절과 많이 달라져 있다.

 

 

 

 

 

 

 

산길 오르는 중에 만난 뒷산 약수터 풍경. 가뭄 탓인지 약수터는 폐쇄되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매일 관리하는 듯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남한산성 약간 못 미쳐서 하남 덕풍동으로 내려가는 위례 둘레길을 만난다. 올라올 때는 헉헉댔는데 이제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걷기다. 금암산을 지난 향여고개를 넘는다. 아래 도로는 예전에는 2차로였는데 지금은 4차로로 확장되어 있다.

 

 

이성산에 이르면 위례 역사길과 위례 둘레길이 교차한다.

 

이성산(二聖山)에는 백제 시대에 돌로 쌓은 이성산성이 있다. 허물어져서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성산이라는 이름도 백제의 왕자 두 사람이 이 산에서 살았다 하여 붙여졌다 한다. 아랫 동네 이름도 춘궁동(春宮洞)으로 궁궐과 연관이 있다. 이곳은 한성 백제 시대 때 군사 요충지였다.

 

 

이성산 정상부에 있는 건물지. 창고와 사직단으로 추정된다.

 

 

이성산성 동문지(東門址). 여기서는 한강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 길을 걷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하남위례교를 보고 싶어서였다. 서울로 오갈 때 늘 이 다리 밑을 지나는데 멋진 모양 때문에 꼭 한 번 건너보고 싶었다. 1987년에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생기면서 하남 덕풍골과 이성산성이 단절되어 버렸다. 위례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2014년에야 하남위례교를 만들었다. 그러나 통행하는 사람이 적은 것은 좀 아쉽다.

 

장마전선이 올라오고 있어서 습도 높은 끈적한 날이었다. 힘든 조건에서 서울 마천동에서 하남 덕풍동까지 긴 산길을 걸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아침에 나선 걸음이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 산행 시간: 5시간 15분(휴식 43분)

* 산행 거리: 10. 8km

* 평균 속도: 2.3km/h

* 산행 코스: 마천역 - 용암천 - 갈림길 - 위례 둘레길 - 금암산 - 향여고개 - 이성산성 - 하남 덕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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