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알파고 제로

샌. 2017. 10. 20. 09:58

'알파고 제로' 버전이 새로 나왔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해서 바둑 실력을 키웠다는 점이 기존의 알파고와 다르다. 이세돌과 커제와 대결했던 알파고는 인간의 기보를 바탕으로 실력을 연마했다. 그런데 알파고 제로는 기존 지식을 완전히 배제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다. 알고리즘 설계 때 입력된 바둑의 기초 규칙 외에는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자가 강화학습을 통해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알파고 제로가 이전 알파고들을 모두 물리쳤다는 사실이다. 알파고 제로가 인간 기사를 넘어서는 데는 불과 70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알파고 제로는 현존 최고 레벨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제는 인간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해졌다. AI의 능력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무서워지는 사례다.

 

작년만 해도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1년이 좀 더 지난 지금 자기 스스로 바둑을 배운 AI가 불과 몇 달 만에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올라섰다. 이제는 인간이 배제된 AI끼리의 바둑대회가 등장할 정도다.

 

이런 식으로 AI가 발전하면 앞으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AI는 신적 능력에까지 이를 것이다. 인간이 AI를 만들었지만 영원히 주인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종속적인 존재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때 AI는 인간을 어떻게 판단할까. 만약 AI가 인간을 제거하기로 결심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미래학자인 커즈와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해 나가는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때를 2045년으로 예측했다. AI는 로봇과 결합할 것이고 인간이 갖지 못한 가공할 능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때가 우리가 상상으로 그리던 일들이 현실에서 실현될 것이다. 바둑에서 AI가 보여준 능력은 원시생물체 수준에 불과할지 모른다.

 

지금은 대혁명의 여명기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과학혁명, 산업혁명 등은 인간 주도의 인간 역사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AI혁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야기하는 혁명이다. 그 뒤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인간의 손을 떠난 게 아닐까. 우리의 미래는 AI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바둑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AI가 보여준 능력이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은 뻔하다. AI가 사고하고 창조하는 능력까지 구비하게 되면 인간이 AI를 더는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 일면을 알파고 제로를 통해 감지한다. 알파고 제로의 학습 능력은 정말 가공할 수준이다. AI로 인해 호모 사피엔스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호킹의 예언이 그대로 실현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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