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자발적 고독

샌. 2017. 10. 23. 07:44

'자발적 가난'이 조용한 흐름을 타고 있다. 서구에서부터 시작된 '심플 라이프(Simple Life)' 운동의 일환이다. 재물을 더 모으려 하지 않고, 실생활에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은 없애며, 간소한 삶을 지향한다. 요사이는 '자발적 고독'이라는 말도 간간이 들린다.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자면 자발적 고독 역시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자발적 가난과 무관하게 인간관계가 피곤해서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자발적 고독은 부정적 의미의 고독과는 다르다. 대인기피증이나 노년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외로움은 본인 의사와 별개로 스트레스를 주는 고독이다. 그러나 자발적 고독은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태도다. 경쟁 사회에 대한 저항이자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나름의 투쟁이다. 세상의 북소리에 보조를 맞추지 않겠다는 독립 선언이다. 자발적 고독에는 건설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다.

 

어떤 신문에 자발적 고독을 체크하는 리스트가 실려서 흥미롭게 보았다. 제목은 '당신은 자발적 고독을 원하십니까?'이다.

 

당신은 자발적 고독을 원하십니까?

 

1. 점심시간은 혼자 밥 먹는 게 편하다.

2. 퇴근한 뒤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3.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하다 피로를 느껴 계정을 삭제한 적이 있다.

4. 업무로 알게 된 사람과는 가능하면 일로만 관계를 맺고 싶다.

5.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와도 사람들과 만날 약속을 잡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6. 처음 만난 사람이 같은 학교를 나왔다며 친해지려고 하면 당황스럽다.

7. 결혼은 개인의 선택일 뿐,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8.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9. 핸드폰 연락처 중 일 이외에 개인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번호가 10개를 넘지 않는다.

10. 인간관계는 '넓고 얕은 것'보다 '깊고 좁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1.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나만의 방법으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다.

12. '술을 마셔야 사람들과 친해진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13.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더 늘릴 생각이 없다.

14. 여행은 무조건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 그것도 혼자일 때가 더 편하다.

15. 동창회, 동문회 같은 모임은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다.

 

* 0~5개 해당된다면, 당신은 자발적 고독을 그다지 원하지 않습니다.

* 6~10개라면, 당신은 한번쯤 자발적 고독을 경험해 보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루 정도 나만의 시간을 보내 보세요.

* 11~15개라면, 당신은 이미 자발적 고독을 택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당신께 박수를 보냅니다.

 

좀 어설프게 보이긴 하지만 내 경우는 11개가 나왔다. 자발적 고독인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는 사람과의 교류를 많이 줄이고 사는 편이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성격상으로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노년이 될수록 친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밖의 친구 이전에 자신과 친해지는 게 먼저다. 늙을수록 혼자서 잘 노는 게 필요하다. 그런 맷집을 길러야 한다. 어차피 혼자가 되고, 혼자서 이 세상을 떠야 한다. 고독은 외면할 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맞아들여야 한다.

 

사실 자발적 고독은 현대의 소비문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문명의 질주에 대한 반성에서 자발적 고독은 나온다. 이젠 내가 즐기기보다는 우리 후손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는 게 먼저다. 행동의 우선순위를 거기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숙고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저절로 드러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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