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독일과 일본

샌. 2018. 1. 27. 11:24

해외에 몇 번 나가보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이다. 독일은 24년 전에 갔는데 한 달가량 머물렀다. 독일이 통일된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첫인상은 질서정연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교통법규의 준수였다. 보행자가 지나가면 무조건 자동차는 정지하고, 스쿨버스가 서 있으면 아예 몇 미터 뒤에서 대기하는 광경은 너무 놀라웠다. 그런 사람 우선 문화가 부러웠다.

 

독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규칙을 잘 지키느냐고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독일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법 집행의 결과라는 답을 들었다. 규칙을 어기면 필벌이 따른다. 그러면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 독일은 법가(法家)의 정신이 구현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원칙대로 돌아가면 사회는 딱딱해지기 쉽다. 독일인의 국민성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졌다. 그러나 당시의 내 눈에는 독일의 법치주의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단점은 사소했다. 그때는 우리와 독일의 격차가 많이 나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들의 민주화된 평등 의식 등 촌동네에서 간 나그네에게 독일은 경이로운 나라였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있었던 그들의 절약 정신 또한 놀라웠다.

 

일본은 야쿠시마 트레킹으로 3년 전에 갔다. 가고시마를 중심으로 남부에서 일주일 정도 있었다. 일본인의 친절과 배려심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 체험해 보니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바로 이웃한 나라인데도 문화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신기했다.

 

좁은 산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서서 기다린다. 상대가 먼저 가도록 양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고, 과잉 행동이 아닌가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나도 자연스레 젖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산행을 할 때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제 갈 길을 가려고 하지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어깨를 부딪치게 되는 건 다반사다.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내가 양보하려고는 않는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사람 관계에서 너무 무례하다.

 

독일인의 준법정신, 일본인의 배려심은 우리가 배워야 할 바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 법이 제대로 집행되어야 정의가 산다. 돈과 권력에 따라 법 적용이 들쑥날쑥하다. 이런 걸 고치는 게 적폐 청산일 것이다. 공동체가 따뜻해지자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해도 행복해질 수 없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선진국이다. 과거에 두 나라가 전쟁을 일으켜 엄청난 참화를 일으킨 전과가 있기는 하다. 한 나라는 아직 반성조차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울타리를 넘어섰을 때 한 행동이 불가사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의 모델로 내 짧은 식견으로는 두 나라가 떠오른다. 두 나라 국민 모두 절약이 몸에 밴 알뜰한 생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을 우선한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나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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