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샌. 2018. 2. 12. 15:51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이름 외우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정치경제 과목이 싫었는데 법칙의 명칭조차 어렵기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계효용'이니 '체감'이니 굳이 이런 한자 용어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좀 쉽게 부르는 말이 없을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뜻하는 바는 단순하다. 단위 재화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는 원리다. 예를 들면, 갈증이 나서 물 한 잔을 마시면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두 잔을 마신다면 두 번째 잔은 첫 번째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세 번째는 그냥 밍밍한 맛일 수 있다. 잔이라는 단위가 주는 만족도는 감소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인생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외국에 나가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는 것만도 가슴 설렐 것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자주 나가는 사람은 여행이 주는 감동이 처음과 같지 않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게 다 그래,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투입되는 재화에 비해 만족도는 현저히 낮아진다. 화려한 경험을 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행복은 삶을 얼마나 단순화시키느냐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길옆에 피어 있는 작은 풀꽃 하나에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 누구겠는가. 격리된 병실에서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환자는 한 줄기 햇살에도 경이감과 감사를 느낄 것이다. 내 삶이 무미건조할수록 반짝이는 기쁨을 향유할 가능성이 크다. 삶의 역설이다.

 

사람들은 권태를 잊고자 또는 인생을 즐기고자 온갖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이내 시들해진다.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또 다른 즐길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마치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는 것은 행복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단조롭게 만드는 사람이 현명하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의미도 이와 통할 것이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단조로움 속에 삶의 보석이 숨어 있다. 그래야 신의 은총에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삶이 단조로워져야 풍요를 누릴 수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라야 효용 가치를 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쫓아다녀서는 나비를 잡을 수 없다. 그러나 꽃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비는 저절로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세상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삶에 행복의 비밀이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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