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어떤 대화

샌. 2018. 4. 15. 15:49

A : 형, UN 기준으로 형은 만 나이로는 아직 청년이십니다^^. 축하해요~

 

* UN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 구분

 

UN에서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에 대한 측정 결과, 연령 분류의 표준에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사람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누어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 0세 ~ 17세까지는 미성년자

* 18세 ~ 65세까지는 청년

* 66세 ~ 79세까지는 중년

* 80세 ~ 99세까지는 노년

*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

 

B : 내 육체와 정신 상태를 냉정히 판단하면 누가 뭐래도 지금은 노년의 초입이 맞아요. 굳이 다운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나요?

 

 

A : ㅎㅎ, UN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형은 아직 왕성하게 트레킹 하시고 기억력 판단력 똑 부러지시니 청년이 맞아요. ㅋㅋ

 

B : 트레킹은 힘에 부치고, 기억력이나 판단력도 시원찮수다. 이제는.... 세월 앞에 장수 없어요. 누구나....

 

A : 높은 산은 무리일지 모르나 평지 트레킹은 무난하실 텐데... 여전히 셈도 정확하실 테고....

 

B : 하늘이 허락해 주는 대로 사는 거죠 뭐.

 

A : 예....

 

 

전 직장 동료와 얼마 전에 나눈 카톡 대화다. 이 친구는 나이 들었다는 소리 듣는 걸 엄청 싫어한다. 심지어는 손자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도 기분 나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손자 보는 걸 기피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젊게 보이기 위해 머리는 새까맣게 염색하고, 주로 젊은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래선지 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UN이 발표했다는 새로운 연령 구분이 얼마나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굳이 그런 자료를 인용하며 청년임을 강조하면 뭣 하겠는가. 늙어감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살면 되는 것이다.

 

TV나 신문에서는 요란스러운 노인을 자주 보여준다. 마치 현대 노인의 모델인 것 같다. 그러나 노인이 되어서도 바빠야 한다는 건 비극이다. 청년기, 중년기 때의 일 중독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배운다는 것도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슨 센터 같은 데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걸 보면 마치 불꽃을 찾아다니는 부나방 떼 같다.

 

세월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취해야 할 때가 있고,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자연의 때를 놓치면 아무리 겉 삶이 화려해 보여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꾸 바깥으로 돈다. 젊음을 외칠수록 청춘은 멀어진다.

 

노년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다. 그러자면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외로움을 피해서는 안 된다. 자신과 진실로 대면할 수 있다면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병이나 죽음도 무섭지 않다. 참 배움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죽을 것인가  (0) 2018.05.14
노욕은 추하다  (0) 2018.04.30
오늘만 산다  (0) 2018.03.29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0) 2018.02.12
액땜  (0)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