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월출산에 오르다

샌. 2018. 4. 19. 12:52

친구 모친 문상으로 진도에 간 길에 월출산에 오르기로 했다. 일행은 저녁에 올라가고 나는 홀로 떨어져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 들었다. 친구 덕분에 언젠가는 한 번 오르리라 다짐했던 월출산과 만나게 되었다.

월출산 등산은 코스가 여럿 있지만 원점 회귀하는 데는 천황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게 제일 낫다. 경치도 볼 만하고 라운딩 산행이 가능한 코스다. 나는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봉에 올랐다가 바람폭포로 내려오는,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을 택했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산장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10시에 출발한다.

조금 걸어 올라가면 천황사가 나오는데, 최근에 조성한 흔적이 묻어난다. 이름에 비해 절 규모는 소박하다.

처음은 완만한 흙길이다. 동백꽃이 길 위에 떨어져 있기도 하고, 대나무숲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올라 뒤돌아보면 전망이 열린다. 남도의 노란 유채꽃밭이 인상적이다.

출발점에서 1시간 정도 오르면 구름다리가 나온다. 고도 605m인 곳이다. 이 구름다리 덕분에 매봉에서 사자봉으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

구름다리에서 본 월악산 모습이다.

구름다리를 지나면서부터 난코스가 시작된다. 월출산을 아기자기한 암산이라 여겼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뒤에 따라오는 단체 등산객 소음이 나를 추동하는 힘이 된다. 그들과 더 가까워지지 않는 속도를 유지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까마득하다. 멀리서 보면 어찌 올라갈까 싶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별 것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꽃들이 눈에 자주 띈다. 고도 700m를 넘어서서는 얼레지가 아직 한창이다.

통천문을 지나면 정상이 코 앞이라는 신호다.

드디어 천황봉 100m 전이다. 물 한 모금 들이키고 마지막 힘을 낸다.

정상에 서다. 4km 올라오는데 꼭 세 시간이 걸렸다. 쉬는 시간은 20분 정도였고, 꾸준히 올라왔다. 오래된 소원 하나를 풀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월출산은 산에 들기보다는 좀 멀리 떨어져서 보는 경치가 더 멋지다. 산세의 전체적인 윤곽이 아름다운 산이다.

하산길에는 장군봉 능선에 위치한 육형제바위가 보인다. 뭔가 전설이 있음직하다.

올라올 때 건넜던 구름다리를 맞은편에서 본다.

월출산 등산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바람폭포다. 지금은 수량이 작은 계절이다.

산에는 동백이 환하다.

바람계곡에서 제일 많이 핀 꽃은 자주괴불주머니다.

약 7km 코스를 걷는데 5시간 30분이 걸렸다. 암산인 월출산은 예상보다 힘들다. 아니면 내가 나이 들어서인지 모른다. 산길에서는 '어르신 고생하신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젊을 때였다면 가뿐히 올랐을 것이다. 이럴 때는 세월이 야속하다. 월출산을 다시 찾을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슬프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잘 하는 건 걷는 일이 아닌가. 이렇게 월출산을 등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이젠 몇 안 된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남은 100명산 오르기에도 조금 욕심을 내야겠다.

* 100명산 오르기  -56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뒷산을 돌다  (0) 2018.04.29
팽목항과 무위사  (0) 2018.04.21
은고개~한봉  (0) 2018.04.12
누비길: 산성역~남문  (0) 2018.04.11
당구와 치킨  (0) 20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