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 정현종

샌. 2010. 11. 11. 09:53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 정현종


아무개가 선사(禪師)를 찾아가 불법을 물었다. 선사가 말했다. “방하착(放下着)!”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아무 것도 가져온 게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다시 짊어지고 가거라!” 깨달음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인간사 모든 문제는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 다들 자신이 만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낑낑거리며 힘들어한다. 돈, 명예, 성공, 체면, 과거의 아픈 기억 등 집착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스스로 차꼬를 차고 고생하고 있는 꼴이다.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나’라는 물건도 쉽게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가벼워질 것인가. 나비처럼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방하착!”, 한 마디에 자유를 얻었다는데 미련한 이 중생은 어찌 할꼬?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더욱 움켜쥐려고만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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