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신륵사와 흰죽지

샌. 2022. 2. 24. 10:55

수녀님을 만나러 이천에 갔다가 여주를 지나는 길에 신륵사에 잠시 들리다. 신륵사는 '신륵(神勒)' - 신령의 힘으로 굴복시킴 - 이라는 이름과 함께 풍광 좋은 남한강변에 위치한 것도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하다. 남한강의 옛날 이름은 여강(驪江)이었다. 강월헌(江月軒)에서 바라보는 여강의 경치는 일품이다.

 

눈맛이 제일 시원한 곳이 강월헌과 불탑이 있는 이곳이다. 해 지는 이곳에서 속울음 삼키며 하염없이 앉아 있던 때가 있었다.

 

 

높이 9.4m의 신륵사다층전탑(神勒寺多層塼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 시대의 벽돌 탑이라고 한다.

 

 

은행나무 관세음보살.

 

 

신륵사 경내에는 옛 조포(潮浦) 나루터가 있다. 조포나루는 삼국시대부터 한양의 마포나루와 광나루, 여주 이포나루와 함께 4대 나루 중 하나였다. 이곳에는 통행자의 숙식을 제공하는 보제원(普濟院)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나루터에도 아픔이 있다. 1963년 가을에 신륵사 수학여행을 온 국민학교 학생이 이 나루를 건너다 도선이 침몰하는 사고로 49명이 익사했다. 그 뒤에 여주대교가 개통되면서 유서 깊은 이 나루도 폐쇄되었다.

 

 

여강변 풍경.

 

 

이번에 신륵사에 들러서 얻은 수확은 흰죽지와의 만남이다. 이곳은 수심이 깊어 잠수에 능한 흰죽지만 활개를 치고 있다. 한 번 잠수하면 30초는 넘게 물속에 있는 것 같다. 물 위에 떠 다니다가 폴짝,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귀엽다.

 

몸통이 흰색이라서 이름이 흰죽지일 것이다. 얘는 정확한 이름이 미국흰죽지다. 

 

 

검은머리흰죽지 뒤를 호사비오리가 뒤따르고 있다.

 

 

겨울은 꽃이 고픈 계절이지만 이렇듯 새가 있어 기쁨을 준다. 작은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명의 약동과 함께 뭔지 모를 싸한 슬픔이 번져 온다. 새들은 일체의 번민이 없이 그저 이 순간을 살아간다. 너희들이 한없이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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