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혼자라서 / 이운진

샌. 2022. 9. 29. 10:04

썩 나쁜 일은 아닐 거야

 

구름의 지도를 그리고

꽃이 피는 속도를 알았으니까

 

정확히 몇 시에 대추나무가 가장 곧게 서는지도 알게 됐으니까

 

내가 무엇이 될 수 없는지, 내 꿈은 왜 자꾸 무너지는지 생각하다가

 

뒤늦은 질투에 부끄러워지는 일

 

봄볕 같은 감정들을

 

혼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알겠어

 

- 혼자라서 / 이운진

 

 

인생이란 '혼자'와 '함께'의 균형/조화를 맞추는 일이 아닐까. 오청원 9단이 '바둑은 조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이는 인생에도 마찬가지이지 싶다(마침 어제 우리나라의 오유진 9단이 오청원배 세계 바둑대회에서 중국의 왕청신을 꺾고 우승을 했다). 조화가 양적인 중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와 '함께'의 비율을 5:5로 지킨다고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에게는 각자 타고난 성향이 있다. 누구에게는 '혼자'의 비중이 높을 수 있고, 누구에게는 '함께'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좋은 인생이란 각자에게 맞는 균형점을 찾아 살아가는 일이지 싶다. 다만, 혼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일 때 보이는 것들이 점점 소중하게 다가온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도 썩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인생의 길에는 혼자일 때야 보이는 반짝이는 보석이 무수히 숨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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