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서울대 10개 만들기

샌. 2023. 10. 3. 12:04

"한국은 교육지옥이다." 이런 명제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고등학교를 전쟁터라고 생각하는 학생 비율이 우리나라는 80%에 달하는데, 중국은 41%, 미국은 40%, 일본은 13%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럽 학교와의 비교는 아예 되지 않는다. 한국만큼 사교육이 번창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한국 교육은 '시민'이 아니라 '전사'를 기른다. 그렇다면 "왜 한국만 교육지옥인가?"라는 물음이 따른다. 사회학자인 김종영 선생이 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여기에 대한 대답인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선생은 이런 교육지옥의 원인이 대학 서열 체제로 인한 병목 현상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서울대를 필두로 한 SKY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인다. 여기에는 정부관료와 사교육 세력, 중상층 학부모가 결합된 강고한 교육지옥 동맹/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선생은 교육지옥 동맹과 독점을 타파하기 위해서 교육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안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세계의 대학 구조는 대체로 우리나라와 같은 독점화 모델, 미국의 다원화 모델, 유럽의 평준화 모델이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체제와 같은 대학 통합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 10개를 전국에 만들어서 서울에 집중된 대학의 지위 권력과 공간 권력의 독점을 해체한다는 것이다. 지방에 소재한 대학들은 통합하여 파격적인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수준을 향상시킨다. 대학 명칭도 서울1대학부터 서울10대학까지 차이가 없게 만든다. 또한 유럽처럼 대학 무상 교육을 실시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장기간에 걸쳐 현 서울대 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는 다양한 연구 자료를 제시하며 타당한 논거를 보여준다. 적당한 타협으로는 현재 한국의 교육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우선 대학 구조를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 입시 방법은 차후에 해결할 일이다. 일단 대학의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다.

 

선생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게 지방 대학 통폐합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임시방편으로 지방 대학의 소멸 위기를 넘긴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으로는 서울에 있는 일류 대학으로 집중하는 입시 경쟁이 덜어질 수 없다. 지방 대학의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혁명적인 교육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선생은 말한다.

 

내가 현장에 있었을 때부터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작금에 초중등학교 교사들이 연달아 자살하면서 교사들이 시위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가해자면서 피해자가 된다. 변화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국민 모두가 이기심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교육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전문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합일된 결론을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 교육은 가지만 건드려서는 어떤 처방이든지 효과가 없다. 교육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서는 뿌리에 도끼를 대는 혁명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국가 개조 프로젝트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을 어떻게 유도해 나가는 가가 관건이다. '교육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들을 수 있는 현명한 정치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대통령제에서 발휘할 리더의 뚝심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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