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북극곰의 불안한 휴식

샌. 2024. 2. 28. 10:56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작은 해빙(海氷) 위에서 북극곰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쪽잠을 자고 있다.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주관하는 사진전에서 '올해의 야생 사진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목은 '얼음 침대(Ice Bed)'다. 영국의 아마추어 사진가인 니마 사리카니가 찍었다. 사리카니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3일간의 기다림 끝에 얼음덩이를 팔로 긁어내 기댈 곳을 마련한 뒤 잠이 든 북극곰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며 바다표범 같은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북극곰에게 해빙이 줄어든다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극의 얼음은 10년에 평균 13%씩 감소한다고 한다. 이런 속도라면 21세기 중반이 되면 여름 북극에서 해빙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있다. 해빙의 소멸은 지구 전체 기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북극곰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종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다. 단순히 북극곰 한 종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도 체감할 지경까지 되었다. 올 겨울도 유례없이 따뜻했고 남쪽 지방의 봄꽃 개화 소식도 예년보다 빨리 들리고 있다. 따스한 겨울을 환영만하기에는 반대급부가 너무 크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단순히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지만 않는다. 어쨌든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도 두렵다. 거주지의 환경이나 식량의 위기 등은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간 분쟁을 촉발하면서 인류의 삶 자체가 불안정해질 것이다. 기후 위기를 인류 존망의 부정적 주요 요인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이 사진의 북극곰이 미래 인류가 처하게 될 상황을 전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기나긴 지구의 역사를 보면 지질이나 기후면에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생명들도 부침을 겪었다. '인류세'라고 불러도 될 이 시대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인간이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인류가 고통을 받거나 사라진들 우주는 눈 깜짝하지 않고 지구 자체도 끄떡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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