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 5

장자[69]

구름의 주신 운장이 동해의 신목 부요를 지나다가 홍몽을 만났다. 홍몽은 마침 넓적다리를 두드리며 참새처럼 뛰어놀고 있었다. 운장은 그것을 보느라고 갑자기 멈추어 망연히 서 있었다. 운장이 말했다. "노인장은 뉘신지요? 노인장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홍몽은 놀기를 그치지 않으면서 운장에게 대답했다. 홍몽이 말했다. "놀고 있다!" 雲將東遊 過扶搖之枝 而適遭鴻蒙 鴻蒙方將부비雀躍而遊 雲將見之 상然止 지然立 曰 수何人邪 수何爲比 鴻蒙부비雀躍不輟 對雲將 曰 遊 - 在宥 5 이번에는 운장과 홍몽의 대화인데 여기서는 그 내용보다도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 주목한다. 운장은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고 홍몽은 지인(至人)의 상징이다. 운장이 스승을 만나서 놀란 것은 놀고 있는 스승의 모습이다. 스승은 명상에 잠긴 도사의..

삶의나침반 2009.05.02

장자[68]

지극한 도의 경지는 깊고 멀어서 모양 지을 수 없고 지극한 도의 극치는 아득하고 고요하여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다. 오직 정신을 안으로 간직하여 고요히 있으면 몸이 스스로 바르게 된다. 반드시 고요하고 맑게 하여 그대의 몸을 괴롭히지 말고 정신을 어지럽히지 말아야 잘 살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없고, 귀로 듣는 것이 없고, 마음으로 아는 것이 없게 하여 네 정신이 네 몸을 지키면 잘 살 것이다. 네 안을 삼가고 네 밖을 막아라! 至道之精 窈窈冥冥 至道之極 昏昏默默 無視無聽 抱神而靜 形將自靜 必靜必淸 無勞女形 無搖女精 乃可以長生 目無所見 耳無所聞 心無所知 女神將守形 形乃長生 愼女內 閉女外 - 在宥 4 장자에서 이 부분은 도교(道敎)의 냄새가 풍긴다. 장생(長生)이라는 말도 나오고, 유심..

삶의나침반 2009.04.25

장자[67]

나는 말할 수 없다. 성인과 지혜가 사람을 구속하는 형틀의 고리가 되지 않고 인의가 손발을 묶는 질곡의 자물쇠가 되지 않는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유가들이 걸주와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았다고! 그러므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 그들의 지혜를 버려야만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吾未知 聖智之不爲桁楊接습也 仁義之不爲桎梏착예也 焉知 甑史之不爲桀척嚆矢也 故曰 絶聖棄知 而天下大治 - 在宥 3 장자는 지배 복종 관계의 정치 체제를 부정한 아나키스트였다. 반면에 노자의 도덕경은 군왕의 통치서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 번역에서 '노자는 군왕을 없애고'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 물론 노자는 다른 사상가들과는 다르게 무위의 통치를 강조했다. 그런데 공자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개혁하려는 꿈을 가진 유세객이..

삶의나침반 2009.04.17

장자[66]

자네는 삼가 인심을 묶어놓지 말게! 인심은 누르면 도리어 솟구치며 그 오르고 내림은 죄수의 살기와 같다네! 유약은 굳센 것을 부드럽게 하고 예리하면 쪼개고 쪼아내니 그 열기는 불을 태우고 그 차가움은 얼음을 얼게 하네. 그 빠르기는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사해의 밖까지 품고 어루만지며, 거처함은 연못처럼 고요하나 움직임은 하늘까지 드날린다네. 이처럼 폭발하면 묶어둘 수 없는 것이 인심이라네. 汝愼無영人心 人心排下而進上 上下囚殺 작約柔乎剛强 廉귀彫琢 其熱焦火 其寒凝氷 其疾부仰之間 而再 憮四海之外 其居也淵而靜 其動也縣而天 憤驕而不可係者 其唯人心乎 - 在宥 2 '사람의 마음'[人心]만큼 불가해하고 변덕스러운 것도 없다. 장자의 말대로도대체 종잡을 수 없고 제멋대로치달려서 잡아매어 둘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삶의나침반 2009.04.12

장자[65]

천하보다 몸을 귀하게 생각하면 천하를 부탁할 만하고, 천하보다 몸을 사랑한다면 천하를 맡길 만한 것이다. 貴以身於爲天下 則可以託天下 愛以身於爲天下 則可以寄天下 - 在宥 1 장자는 인간에 의한 인위의 다스림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이상을 실현하려는 체제도 결국은 인민에게 굴레로 작용한다는 것을 장자는 간파했다. 그래서 태평성대로 칭송하는 요순 시절도 인위적인 의와 예에 의한 통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비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국가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무위(無爲)의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몸을 귀하게 여김으로 표현했는데 결국은 같은 말이다. 무위란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에 그냥 맡겨둠을 뜻한다. 아무리 좋은 이데올로기나 이념도 결국을 거기에 종속되게 되고, 논란과 다툼이..

삶의나침반 200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