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고드름 달고 빳빳하게 벌 서고 있는 겨울 빨래라든가 달무리진 밤하늘에 희미한 별들 그것이 어느 세월에 마를 것이냐고 또 언제나 반짝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습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고 희미하지만 끝내 꺼지지 않는 게 세상엔 얼마나 많으냐고 말입니다 상처를 터뜨리면서 단단해지는 손등이며 얼어붙은 나무껍질이며 거기에 마음 끝을 부비고 살면 좋겠다고, 아니면 겨울 빨래에 작은 고기 한 마리로 깃들여 살다가 그것이 마르는 날 나는 아주 없어져도 좋겠다고 말입니다 -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 나희덕 세상 돌아가는 내막을 알면 환멸을 느끼게 될 거라고 했다. 점심 식사자리에서 앞의 동료는 그래도 진실을 알고 행동하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도저히 마를 것 같지 않은 고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