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01]

샌. 2012. 3. 28. 10:54
공자가 진나라 채나라 사이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이레 동안 더운 음식을 먹지 못하고명아줏국에 쌀 한 톨 넣을 수 없어안색은 심히 고달픈데 방에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다.안회는 나물을 다듬고자로와 자공은 불평하며 말했다."선생은 두 번이나 노나라에서 축출됐고위나라에서는 발자국을 지우며 숨어야 했으며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압사당할 뻔했고상나라 주나라에서는 곤경에 처했고진나라 채나라에서는 포위당했으니,선생을 죽이려는 자는 죄주지 못했고선생을 욕보여도 막을 수 없는데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그치지 않으니군자의 염치없음이 이 같을 수 있는가?"안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이를 공자에게 고했다."자로와 자공은 속이 좁은 사람이다.불러오너라! 내 타일러 주겠다."자로와 자공이 들어왔다.자로가 먼저 말했다."이와 같은 것을 궁색함이라 말해야 옳을 것입니다."공자가 말했다. "이 무슨 말인고?군자가 도에 통하는 것을 통(通)이라 하고도에 궁한 것을 궁(窮)이라 한다.지금 나는 인의(仁義)의 도를 품고난세의 환난을 만난 것인데그것을 어찌 궁이라 하는가?그래서 나는 안을 살펴 도에 궁하지 않고난관에 봉착하여 덕을 잃지 않은 것이다.날씨가 차가워지고 서리가 내리자나는 이로써 송백의 푸름을 알았다.지금 당하는 진채의 액운이도리어 나에게는 그러한 행운이다."

 

 

孔子窮於陳蔡之間七日不火息藜갱不삼顔色甚憊而弦歌於室顔回擇菜子路子貢相與言曰夫子再逐於魯削迹於衛伐樹於宋窮於商周圍於陳蔡殺夫子者無罪藉夫子者無禁弦歌鼓琴未嘗節音君子之無恥也如此乎顔回無以應入告孔子孔子推琴위然而嘆曰由與賜細人也召以來吾語之子路子貢入子路曰如此者可謂窮矣孔子曰是何言也君子通於道之謂通窮於道之謂窮今丘抱仁義之道以遭亂世之患其何窮之爲故內省而不窮於道臨難而不失其德天寒旣至霜露旣降吾是以知松柏之茂也陳蔡之隘於丘其幸乎

 

 

    - 讓王 9

 

 

 

공자와 제자들 이야기가 계속된다. 이번 등장인물은 안회와 자로, 자공이다. 공자가 위나라에서 도망쳐 나와 진나라로 들어갔지만 먹을 양식이 떨어져 일주일 동안 굶고 있었다. 불같은 성격의 자로가 화를 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태연하게 거문고를 타며 노래나 부르고 있는 선생이 더 미워 보였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도 나온다. 위나라 영공이 공자에게 군사를 쓰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전쟁에 대한 일은 알지 못한다며 바로 위나라를 떠난다. 자신의 뜻을 펼칠 임금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진나라에 들어가도 누구도 맞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공자 일행은 들판에서 이레나 굶고 있었다. <논어>에 나오는 구절은 이렇다.

 

 

 

在陳絶糧 從者病 莫能興 子路온見曰 君子亦有窮乎 子曰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지고, 제자들이 병이 들어 일어나지를 못했다.화가 난 자로가 공자에게 말했다. "군자도 곤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곤궁해도 자기 본분을 잃지 않지만, 소인은 곤궁하면함부로 행동한다."

 

 

 

공자가 말한 '군자고궁(君子固窮)'이야말로 이 메시지의 핵심 단어다. 어쩌면 <논어> 전편을 관통하는 중심 사상일지도 모른다. 군자는 어렵고 궁핍할 때 심지가 더 굳고 깊어진다. 날씨가 차고 서리가 내려도 송백(松柏)이 푸름을 잃지 않는 것과 같다. 도리어 어려울 때 더욱 단단해지고 빛난다. 반면에 소인은 궁하면 회피하려 하고 도리에 벗어난 행동을 한다. 역경을 만났을 때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군자와 소인의 차이가 있다.

 

 

 

<장자>에 나오는 이 내용도 마찬가지다. <논어>와는 버전이 다를 뿐이다. 공자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이나 화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겼다. 이런 공자의 태도에서 상황에 초연한 성인의 모습을 본다. 자로를 불러 이 말을 하고 공자는 다시 거문고를 타며 노래했고, 공자의 말을 들은 자로는 기뻐서 방패를 잡고 춤을 추었다고 전한다. 즐거움이란 궁하거나 형통한 것과 상관이 없다. 도(道)는 바로 이것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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