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96]

샌. 2012. 2. 24. 10:11

오늘날 세속의 군자들은

몸을 위한다면서 생명을 버리고 외물을 좇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닌가?

무릇 성인이 활동함에는

반드시 그 지향하는 목표와 행위의 수단을 살핀다.

여기 한 사람이

수나라의 구슬로 벼랑 위의 참새를 쏜다면

반드시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왜 그런가 하면 그 쓰는 비용은 무겁고

그 목적은 가볍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명은

어찌 수나라 구슬의 무거움 따위에 비교하겠는가?

 

今世俗之君子

多爲身 棄生以殉物

豈不悲哉

凡聖人之動作也

必察其所以之 與其所以爲

今且有人於此

以隨侯之珠 彈千인之雀

世必笑之

是何必 則其所用者重

其所要者重

夫生者

豈特隨侯之重哉

 

    - 讓王 4

 

'수나라의 구슬'[隨侯之珠]은 수나라 임금이 뱀을 살려준 공으로 얻었다는 천하에서 가장 진기한 보물이다. 이 구슬을 참새를 잡는 탄환으로 쓴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겠는가. 모든 이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생명을 버리고 외물을 좇는 현상이 이에 다르지 않다. 더구나 생명은 구슬 따위에 비교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명주탄작(明珠彈雀)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찮은 것을 위해 값진 것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둑의 위기십결(圍棋十訣)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있다. 비슷한 뜻이다. 그러나 바둑을 둘 때 보면눈앞의 작은 이익 앞에서 내 것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더 큰 것을 잃고 만다. 때가 지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이런 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먼지 같은 것들을 움켜쥐느라 중요한 본질은 놓치며 산다. 이젠 명주탄작의 우를 범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이 나이가 되어도 사는 게 여전히 그 꼴이다. 명주(明珠)는 내 안에 있는데, 마음은 그저 밖으로만 헤매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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