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9단의 자살골

샌. 2014. 4. 8. 07:06

지난 4월 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9기 여류국수전 결승에서 보기 힘든 돌발사건이 일어났다. 박지은 9단[흑]과 김채영 초단[백]이 1:1이 된 가운데 벌어진 마지막 세 번째 대국이었다. 바둑은 박지은 9단의 승리로 굳어진 가운데 몇 군데만 메우면 종국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박지은 9단이 무심결에 우상귀의 흑돌을 이은 것이다. 바둑 초보도 알 수 있는, 놓아서는 안 되는 자충수였다.

 

 

김채영 초단은 공짜로 들어온 흑돌을 들어냈고 바둑은 역전되었다. 뒤늦게 착각을 알아차린 박지은 9단은 망연자실했다. 큰 시합에서 9단이 저지른 충격의 자살골이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아마추어처럼 온정에 기대거나 물릴 수 없다. 바둑 한 수의 치열함을 조치훈 9단의 '목숨을 걸고 둔다'가 잘 말해준다. 승부사에게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최후의 한 수까지 방심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김채영 초단이 상대의 실수를 본 순간 깨끗하게 돌을 거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 바둑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집을 지게 될 것이라고 끝내기를 하지도 않고 돌을 던진 기사도 있었다. 비록 상금과 국수 타이틀은 잃었지만, 멋있는 페어플레이였다고 칭찬을 받았을까? 아니면 프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을 받았을까? 어느 쪽이 기도(棋道)에 가까울까?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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