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80]

샌. 2014. 4. 27. 12:41

선생님 말씀하시다. "잘났구나! 회야말로. 한 그릇 밥, 한 종지 물로 움막살이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련만, 회는 즐거운 모습에 변함이 없으니, 잘났구나! 회야말로."

 

子曰 賢哉 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 雍也 6

 

 

보통 사람에게 가난이 닥치면 괴로움[憂]에 힘들어하지만, 안회는 즐거움[樂]을 변치 않았다. 물질적인 부(富)와 빈(貧)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다. 도가(道家)식으로 말하면 안회는 무위(無爲)의 삶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장자>에서는 마음공부를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통해 설명한다. 장자의 핵심 사상이 유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을 등장시켜 설명하는 게 흥미로운데, 허자심재(虛者心齋), 비우는 것이 마음공부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허심(虛心)이 되어야 안빈(安貧)이 가능하다. <장자> '양왕'편에는 공자와 안회의 이런 대화도 있다.

 

공자가 안회에게 말했다.

"회야! 집은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면서 왜 벼슬하지 않느냐?"

안회가 답했다.

"벼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성 밖에 오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죽을 먹을 수 있으며, 성 안에 십 무의 밭이 있어 족히 삼베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북과 거문고는 스스로 즐겁고, 스승의 도를 배우니 스스로 즐겁습니다."

공자는 정색하며 얼굴빛을 바꾸고 말했다.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내 듣건재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익 때문에 스스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음이 있는 자는 이익을 잃어도 두렵지 않고, 마음을 수양한 자는 벼슬이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암송한지 오래였으나 지금 너를 통해 마음으로 터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복이다."

 

도가학파에서는 공자를 지나칠 정도로 조롱하지만 안회는 존중한다. <장자>를 읽어보면 그렇다. 유가에서 가장 장자와 닮은 사람이 안회다. 그런데 안회를 칭찬하고 모범으로 삼은 건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안회를 매개로 하여 유가와 도가의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

 

서양에서는 디오게네스가 이런 부류의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디오게네스는 세속적인 즐거움을 무가치한 것이라 여긴 견유(犬儒)학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철학자의 평판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갔다. 그때 디오게네스는 통나무에 누워 볕을 쬐고 있었다. "나는 알렉산더 대왕이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시오." 디오게네스는 누운 채 말했다. "저쪽으로 비켜 주십시오. 그늘이 집니다." 알렉산더는 돌아가며 혼자 중얼거렸다고 한다. "만약 내가 알렉산더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이 일화가 사실이라면 알렉산더 앞에 붙은 '위대한'이라는 호칭도 부끄럽지 않다.

 

인간의 인간됨은 그가 품고 있는 생각과 정신에 있다.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땅속만 기어 다니는 무지렁이가 되기도 하고, 높은 창공으로 치솟는 솔개가 되기도 한다. 평생을 졸렬한 생각에 갇혀 있는 사람도 있고, 깨쳐서 무지의 속박을 벗어난 사람도 있다. 범접하기 힘든 위대한 인물의 존재는 이 부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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