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77]

샌. 2014. 4. 4. 08:51

원사가 사무장이 되어 받는 봉급이 900이라 사양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럴 것 없지. 네 이웃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되지 않나!"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子曰 母 以與爾隣里鄕黨乎

 

- 雍也 3

 

 

원사(原思)는 공자 제자인 원헌(原憲)으로 자가 자사(子思)다. 안회와 더불어 청빈을 실천한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원사가 관직을 얻고 봉급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사양했다. 공자는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말한다. 정당한 보수는 받은 뒤에 네 이웃을 위해 쓰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봉급을 받지 않으려는 마음씨는 갸륵하다. 그러나 임의로 나라의 정해진 규정을 따르지 않는 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다. 공자를 보수주의자로 본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공자는 아무리 좋은 선행이라도 드러나게 하는 걸 싫어했다. 잘못하면 겉치레와 가식에 빠지는 걸 경계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봉급은 받으면서 모르게 이웃을 도와주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이 대목을 보니 이번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여권의 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시장이 되면 월급을 1만 원만 받겠다고 했다. 2조가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다. 원사의 말에서는 진실성이 느껴지지만, 이 사람의 말에서는 돈 자랑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 그런 말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재산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공자가 앞에 있었다면 매우 야단을 쳤을 것 같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79]  (0) 2014.04.21
논어[78]  (0) 2014.04.11
논어[76]  (0) 2014.03.27
논어[75]  (0) 2014.03.21
논어[74]  (0) 2014.03.14